[2021-2] 라이프아카데미 겨울 피-크닉 <보이지 않는 것들>

김민정
2022-02-27

보이지 않는 것들

낯선 방식으로 나와 타인을 만나는 시간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죠.

그런데 반대로

보는 만큼 아는 것은 아닐까요?


맨날 보는 것만 본다면

아는 것이 달라질 수 없지 않을까요?


나에 대해서도, 타인에 대해서도

익숙한 방식으로만 접근한다면

매번 거기에서 거기에 그치는 이해에

머무르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은

익숙한 방식이 아닌 낯선 방식으로

나와 타인을 만나보자는 취지로 기획되었습니다.



Part 1 보이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

2:00 - 3:00

공기는 차갑지만 햇살은 따사로운 일요일.

북촌 한옥 마을 깊숙이 자리한 카페

한경헌에서 우리는 만났습니다.


테이블에는 사전에 각자 신청했던

두 종류의 책이 놓여있었습니다.


1 내가 최근 읽고 싶었던 책.

2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우선 우리는 각자 최근에 읽고 싶었던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은 2권씩 준비되었는데

누가 준비한 책인지 알지 못한 채 원하는 책을 각자 골라서

나눠가졌습니다.

뽑기를 통해 순서를 정했고요.

왜 그 책을 읽고 싶었는지 이야기하고,

자신이 준비한 책은 무엇이었는지 밝히다 보니

금세 3시가 되었습니다.




Part 2 어둠 속의 대화

3:00 - 4:40


- 전시 소개 -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이지만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존재합니다

...

어둠속의대화에서의 완전한 어둠은 인간이 가진 무한한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매개체입니다.
그 특별한 어둠 속의 매개자 ‘로드마스터’와 함께하는 100분 간의 흥미롭고 즐거운 경험을 통해
각자가 쌓아온 과거의 경험과 기억을 토대로 무의식 속에 잠재된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을것입니다.

어둠 속 여행이 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는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배려하는 과정을 통해 혼자가 아닌 함께함의 소중함을 깨닫고
입장이 다른 서로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통해 가장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 전시에 대해서는 전시 소개 외에는

더이상 정보를 알기 어려웠는데,

전시를 체험하고 나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모든 관객이 미래의 관객을 배려하기 위해

일종의 '스포'를 하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이 전시에 대해,

이 날의 어둠 속의 대화에 대해서는

우리만의 기억으로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기념품과 기념 사진은 눈 속에서 기억되겠지만

나머지 모든 것은 다른 방식으로 기억되었죠.



Part 3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

5:00 - 6:20


<어둠 속의 대화>를 통해

조금 가까워진 우리는

저녁 식사를 하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녁 식사 장소는

꿈 속의 집이라는 뜻의 몽중헌(夢中軒).



Part 4 빛 속에서 다시 만난 우리

6:30 - 7:30


보통 매우 친한 사람끼리 셀프 사진관에 가죠.

그래서 우리는 셀프 사진관에 갔습니다.

아직 매우 친하지는 않지만

낯선 방식으로 나와 타인을 만나는 중이었으니까요!


사진관에 가기 전에는

이만저만 고민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조교는 빠지는 게 역시 나으려나..)

(포즈를 몇 개 정해야 하지 않으려나..)

(게임이라도 해야 하나...)

그러나 한 친구가 걱정 말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결과는?

.

.

.

.

.

.


물론 어색함이 가득한

수많은 사진을 거치고 남긴 두 장이지만,

이렇게나 자연스러울 줄은

아마!? 모두!? 예상 못했을걸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나를 편안하게 내려놓고

타인 곁에 다가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원래는 사진을 찍고 헤어지는 일정이었지만

우리는 헤어지지 못하고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러 장소를 이동했습니다.

(책 한 권 선물하기도 남았었고요.)



Epilogue 우리 또 만나

 

사진관 근처 카페로 들어갔습니다.


한옥 카페에 어울리게

 뜨근한 좌식 자리를 잡았죠.


이제 어색한 대화를 시작하거나

이어줄 책은 필요하지 않을 만큼

질문에 질문이, 생각에 생각이

이어졌어요.


각자 마음 속에 묻어 두었던 고민을

털어놓다 보니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열정도

자신도 모르게 보여주게 된 것 같아요.


어떤 기로에서

어떤 치열한 고민과 노력을 하며 살고 있는지

우리의 삶을 나누었습니다.


짧은 하루였지만,

앞으로의 삶이 충분히 궁금할 만큼

우리는 서로의 알맹이를

보여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또 보면 좋겠다는,

어쩌면 인사말이겠지만

어쩌면 진심인 그 말을 하면서

헤어졌어요.




사진으로 남긴 기억.

그리고  사진으로 남길 수 없는 어둠 속 기억

모두 잊기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젠가

또 만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2022년 2월 20일

with 민정, 지수, 윤빈, 유진, 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