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찐따 7~8번째 모임

정영훈
2022-05-02

8차 모임 : 야밤의 언덕뛰기(4.29~30)


<영훈>

  • 발단

민물고기 연구 5년차, 소중한 제보자를 만났다. 제보자께서 같이 지리산을 오르자고 하여 새벽에 지리산으로 떠났고, 새벽 4시부터 ‘비오고 안개낀 날 영하 2도에!’ 9시간 산행을 하고, 어탕 한그릇 뚝딱하고, 물고기에 대해 적당히 물어보고, 밤 9시에 귀가하여 밤 10시 침대에 누우려던 찰나, 전화가 울렸다.


“형, 대운동장 뛰자”

“야, 나 방금 지리산 갔다 왔어. 무릎 아파”

“형, 그래서 대운동장 뛰자고”

“아니 나 집이라고, 방금 지리산 갔다왔다고”

“아니 그래서 대운동장 뛰자니까”

“미친놈인가…? 야, 한강 오면 뜀”

“아 그럼 감”


아니 한강까지 온다고? 위기감을 느꼈다. 빨리 말을 바꿨다.

“아니 한강 말고 삼성역 오면 뜀”


강적이었다. 그걸 오겠다고 한다.

“아 삼성역 쌉가능. 경후형한테도 물어볼게. 근데 이 형도 아마 올듯”


큰일났다. 진짜 오네, 무릎 종아리 터질 것 같은데.



  • 전개

“아 얼마나 뛸 건데. 살살 뛰자”

“멀리까지 왔으니 최소 5~7km? 10km?”


더 큰일났다. 오늘은 많이 뛸 자신이 없다. 평지에서 뛴다면 김민서가 무조건 많이 빨리 뛸 것 같았다. 빨리 짱구를 굴렸다. 어디로 가야 적당한 거리를 천천히 뛸 수 있을까. 아,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야, 삼성역에서 내려서 버스타고 청담역으로 와. 거기 좋은 곳 있어.”


전직 메이저리거 오승환과 황재균도, LG의 오지환과 한화 배동현, 키움의 박주성 등등 현 프로야구 1군 선수들도 피해갈 수 없었던 그곳. 

삼성의 박승규가 ‘형 살려줘요…’를 외쳐가며 죽어나던 그곳

경!기!고! 언덕!


여기서 뛴다면 알아서 적당히 뛰겠지? 일단 청담역으로 불렀다.



  • 위기

“이게 맞아?”

“응, 맞아”

“이걸 뛴다고?”

“아 추억돋네. 여기서 야구부 애들한테 초코파이 삥뜯겼었는데. 내 초코파이가 걔네 프로 보냈다”

“아니 왜 지 추억팔이에 우리들을 부르는데”

“일단 따라와”

뛰기 시작했다. 등굣길과 건물들의 불이 다 꺼져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요즘 애들은 12시까지 야자를 안 하나보다! 라떼는….) 


<각각 후레시 킨 모습 & 안 킨 모습. 후자의 상태에서 뛰었다.>



<이게 맞냐고 외치던 어둠 속의 목소리>

영상이 안 나올 시 여기로


<12시에 불과하지만 야자실의 불이 꺼져있다. 요즘 애들은 말이야~ 공부를 안 하나봐~>

<주차금지를 들고 찍은 이유는 이곳으로 데려온 정영훈을 때리고 싶어 하는 속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괜찮다. 눈 감고도 뛸 수 있는 길이니까. 홈그라운드 버프 받았다.

반면 둘은 이 미친 오르막에 느려지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학교의 명소들을 소개해주며 5km를 뛰었다. 추억이 새록새록 돋았다.

(학교가 매우 크다. 인문대+사회대 정도의 크기다. 한 바퀴에 1km이다.

또 높다. 옛 백제의 ‘삼성리 토성’ 자리다. 고딩 시절 등교하는데 갑자기 문화재청에서 조사나와서 땅 파고 갔다. 이정도 경사와 규모를 이겨냈기에 옛날의 ‘경기고’가 가능했나보다.)






  • 절정

“야, 이거 시티런이야. 저기 봐, 롯데타워 보이고 코엑스 보이고 삼성역 보이고. 저기 한강도 보여. 이정도면 한강 뛴거다.”

학교에서 삼성역으로 돌아가는 길, 구청에서 길을 잘 꾸며놨다. 정말 학교 울타리 안팎의 차이가 극심한 걸로 보아, 중2시절 유행하였던 ‘학생이라는 죄로’ 밈이 사실이라고 느껴졌다

여기까지 왔으니 음료수 두 잔 사주고, 심야버스 대신 택시를 타고 간다길래 택시가 잘 잡는 곳까지 데려다줬다.

하지만 그들은,,,, 심야버스를 타고 갔다고 한다. 불금에 맨정신에 땀흘리고 토사물 냄새가 심야버스라니, 그들은 현타가 심하게 왔다고 한다.



  • 결말

민서는 다시는 삼성역에 안 올 거라고, 경후형은 우리랑 다시는 안 뛴다고 하였다. 특히 야밤엔 관악구가 아니라면 절대 안 온다고 했다.

괜찮다, 어떻게든 끌어낼 거니까. 어차피 이 사람들 극 P의 인생을 살고 있으니까.








<민서>

저녁 10시:

민서: “경후형이랑 대운동장 뛰는데 오실?”

영훈: “한강 오면 뜀ㅋㅋ아니면 안 감”

민서: “기달 전화해 봄ㅋㅋ” (하면 안됐다)

경후: “오…난 좋아. 가자.” (이 형도 극P인걸 까먹었다)


저녁 11시 (지하철을 타고 청담역으로 가며):

경후: 이거 맞아?

민서: 지하철에 술 안 마신 사람이 없는데…우리 남자 셋이 이 새벽에 뭐하는거지? (맞다…그날은 불금이었다)

자정 12시 (정영훈과 접선):

경후/민서: “이거 맞냐고 ㅋㅋㅋ”

영훈 “일단 따라와” (한강은 무슨…으슥한 고등학교로 끌고 감)

경후: “앞이 하나도 안 보이는데. 이거 맞아?”

민서: “완전 오르막길인데, 이거 맞아?”


그렇다…우리는 지옥의 문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다행히 달리기는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ㅇㅏ무도 다치지 않고 재밌게 뛰었다…다만.. B.U.T


새벽 1시 (택시가 안 잡혀 야간 버스를 타고 가며):

경후: “이거 맞아…? 달리기 한번 하자고ㅋㅋㅋㅋ다시는 오나 봐라”

민서: “형 어디서 토 냄새 안 나? ㄹㅇㅋㅋ” (그렇다…불금의 야간 버스였다…)

경후: “진짜ㅋㅋㅋㅋㅋ 이제부터 달리기는 학교에서만 한다”


새벽 2시 도착

후기: 극P의 인생은 가끔 너무 어려운 것 같다. 후회할 걸 알면서, “재밌겠지ㅋㅋ뭐 어때” 라는 안일한 생각. 다시 한번 큰 교훈을 얻고 갑니다. 새벽에 즉흥 달리기는 하지말자. P셋이 모이면 계획이 산으로 간다. 진짜 산으로 간다 ⛰



<경후>

원래 민서랑 대운동장 뛰려했는데 영훈이가 갑자기 한강에서 같이 뛰자고 했다 극 P 두명은 이거 맞아 를 외치며 전철을 타고 청담역까지 갔다. 한강은 어디갔고 으슥한 고등학교 안으로 들어가더니 여길 뛴다고 했다.. 뛰었다... 달리샤 운영진 두명은 겁나 잘뛰었다 재길 얘내랑 이렇게까지 친해지지 말았어야했다. 그래도 덕분에 5km가까이 처음 뛰어보고 좋았다~ 

저 경기고 사진에 우리 세명은 같은쪽인데 찍힌 사람같은 형체는 무엇일까...?






<외전 : 7차 모임(4.28)>

이 모든 것은,,,, 뛰기 전날 발표를 마치고 후련하면서도 슬퍼하던 식량조원들, 

액티비티 MT를 준비하기 위해 회의하던 찐따들,

중간고사를 마치고 후련하여 놀고 싶어하던 라이프아카데미 학우들이 모여서,


1차로 밥을 먹으며 회포를 풀고,

2차로 보리차를 마시며 MT 계획을 세우고, 

3차로 새벽 2시까지 놀았기 때문에,

(처참한 상황이라 사진은 없습니다)


이 어마무시한 초가공식품과 과도한 칼로리 섭취에 죄책감을 느껴 시작되었다.


이 말은 곧 뭐다? 곧 운동찐따 엠티간다~~ 

엠티도 많관부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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