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 1차 활동_옴니버스 스탠드업 코미디쇼

김수정
2021-01-15


   #. 스탠드업 코미디란?

1인 코미디 극이다. 한 명의 코미디언이 둘 이상 행하는 연극적인 연출 없이 우스운 이야기를 독백과 농담의 형식들을 빌려 관객들 앞에서 말하는 코미디쇼이다.

 

   #. 어디서 시작되었나요?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음악공연장인 뮤직홀에서 시작되었고 텔레비전과 라디오가 등장하며 방송 코미디언이 인기를 끌며 라이브공연들이 축소되었지만 ‘대안적’ 코미디로서 클럽공연이 유지되며 스탠드업 코미디로 인기를 모은 코미디언들이 코미디 순회공연을 도는 문화가 생겨났다. 미국에서는 19세기에 등장하여 처음에는 아프리카인, 독일인, 유대인과 같은 인종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선입견을 바탕으로 공연을 진행했으나 점차 사회풍자와 성적유머 등 주제가 확장되었다. 나이트클럽과 리조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1970년대 이후로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통해 스타가 된 예능인들이 여럿 생겨났고 지금까지도 스탠드업 코미디를 통해 코미디언으로의 명성을 얻는 경우들이 많다.

 

   #. 한국에서는 스탠드업 코미디가 어느정도의 입지를 차지하나요?

스탠드업 코미디를 전문적으로 하는 크루는 서울에서는 사실상 1팀 뿐이다. 현실이 그러다보니 (적어도 서울에서)스탠드업 코미디를 전문적으로 하는 클럽/극장 역시  2018년에 생긴 <코미디 헤이븐쇼>가 유일한 듯 하다. 한국에 처음 스탠드업 코미디가 시작된 것은 1980년대 주병진, 김병조, 김형곤, 자니윤 등 유명한 연예인들에 의해서였다. 하지만 '말'이 중심이 되는 스탠드업 코미디는 정치풍자, 사회풍자 위주의 공연이 이루어져고 이는 국가적 제약 속에서 점차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얼굴이 주가 되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대중화되는 속에서 자리를 잃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가장 최근에 스탠드업 코미디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유병재라는 인물을 통해서였다. (브런치 글 발췌, https://brunch.co.kr/@addcampus/309/

 하지만 유병재의 스탠드업 코미디 영상, 콘서트 등이 인기를 반짝 끌기는 했지만 코미디계와 예능계, 희극인들 사이에서 대중화되지는 못했다고 보인다. 아직까지도 스탠드업 코미디라는 말을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이 많으니.... 



[옴니버스 스탠드업 코미디]  방문기 


일시: 2020.10.29. 목 9시30분

장소: 마포구 서교동 잔다리로 31 홍대 JDB SQUARE



(동아리원들간의 공유된 감상과 비평을 재구성했습니다.)


Q.  왜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선택하게 되었나요?


"저희는 한국에서 유행하지 않는 문화를 체험해보고서 한국의 문화를 생각해보는 것을 목표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일차적인 활동으로 저희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경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관객과의 상호작용이 중요하고 때로는 사회적으로 타부시되는 코드를 거침없이 넘나들기도 하는 스탠드업 코미디는 아직 한국에서는 마이너한 문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Q. 과거에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보신 분 있으신가요?

 

"친구 중에 스탠드업 코미디를 정말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서 과거에 그 친구와 함께 공연을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홍대 지하의 라이브카페에서 진행되었고, 맥주와 안주를 먹으며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함께 온 사람들과 둥그런 테이블에 앉아 마주보며 웃고, 잡담을 나누어도 공연에 방해가 되지 않는 구조였습니다. 공연 중간에 생맥주를 따르러 일어나 뒤로 걸어갈 수 있었고, 몇몇 사람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뒤에서 서서 공연을 보며 앉아있는 사람들보다 더 자연스럽고 큰 리액션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공연을 하는 무대는 둥그렇고 아주 작은 규모의 무대로 관객의 둥그런 테이블들과 굉장히 가깝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이 무대를 향해 일방향으로 앉아있지도 않았고, 술도 마시고 있었기 때문에 그 가까운 무대를 자연스럽게 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냥 먹으면서 힐끗힐끗 볼 수 있었고, 웃기는 대사가 나올 때에도 꼭 공연자와 눈을 마주치며 웃지 않아도 되고 바로 옆에 친구와 눈 마주치며 웃을 수 있었습니다. 한 7개의 둥그런 테이블이 불규칙하게 약간씩 떨어져있어 나와 내 친구들의 테이블에서 다른 사람을 신경 쓸 필요 없었고, 조명도 약간 어두운 붉은 빛으로 술을 먹고 붉어진 것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아늑한 공간이었습니다." 


Q. 스탠드업 코미디쇼가 열린 극장은 어떤 곳이었나요?


"처음 소극장 입구를 들어가니 JDB Artist라는 이름으로 방송유명 개그맨들의 사진이 잔뜩 붙어있었습니다. 방송 유명 개그맨들이 나름대로 JDB라는 개그맨 레이블을 만들어 후배나 또는 본인들이 홍대에서 소극장공연을 할 때 대여할 수 있도록 직접 산 공간인 것 같았습니다. 입구에는 ‘나래바’라고 크게 붙여놓고 개그우먼 박나래의 전신배너가 서 있었기에 당연히 맥주를 구매할 수 있는 줄 알았으나 코로나19사태 이후로 맥주판매는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공연장에 들어서기 전 과거에는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즐기면서 기다렸을 법한 대기공간은 불이 최소한으로만 켜져 있고, 하얀 동그란 테이블들은 닦은지 오래인지 꾀죄죄해보였습니다."


"공연장 안은 넓은 무대에 영화를 보듯 일렬로 앉도록 되어 있었고, 관객석을 보고 처음에 당황스러웠습니다. 내가 알고 있고 상상했던 분위기랑 너무 달랐기 때문입니다. 혜화에서도 한 번 개그공연을 본적이 있는데 딱 그런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혜화의 소극장보다 조명이 환하고 스탠드업 코미디의 특성상 무대에는 어떠한 소품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Q. 관객들은 얼마나 있었나요?


"기다리는 관객들은 우리 동아리원 3명을 제외하고 20대 커플 1쌍, 계속 혼잣말을 하시는 나이를 추측하기 어려운 남성 1명, 나이가 조금 있으신 중년 여성 두 분이었습니다. 계속 혼잣말을 하시는 남성 분은 우리에게 다가와 관객이 10명인가 20명인가를 넘지 않으면 공연을 시작할 수 없다면서 계속 사람이 너무 없다고 얘기하셨습니다. 하지만 9시가 되자 공연은 제시간에 시작되었고 우리는 공연장에 들어섰습니다. 공연이 시작되고 조금 늦게 3명의 관객이 추가되기는 했는데 총 11명으로 보는 사람이 너무 적었습니다."


Q.  그래서 <옴니버스 스탠드업 코미디쇼> 어떻셨나요?


"이번에 경험한 스탠드업 코미디쇼는 과거에 보았떤 스탠드업 코미디쇼와 굉장히 상반되는 경험과 감정을 안겨주었습니다. 조금 불편하고 부담스러웠습니다."


"제가 실제로 스탠드업 코미디를 체험하고서 들었던 생각은 재밌는데 부담스럽다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최대한 코미디언이 저에게 말을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다른 분들의 조금은 부정적인 감상과는 다르게 이번 코미디 공연 관람을 통해 포스트 팬데믹의 개그 시장을 보았습니다. 스탠드업 코미디쇼의 긍정적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왜 <옴니버스 스탠드업 코미디쇼>가 부담스러웠죠?


"과거에 스탠드업 코미디를 경험해봤던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이번에는 코로나19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스탠드업 코미디는 원래도 많은 관객을 동원하지 못하는 공연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나마 음식과 술을 함께 할 수 있고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 듯한 분위기를 즐기는 마이너한 취향의 팬들이 존재했고, 처음 스탠드업 코미디를 접하러 온 사람들도 ‘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한 번 와야겠다.’ 아니면 적어도 ‘나름대로 재밌네~’ 정도의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공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두 번째 공연은 대기실부터 공연장까지 모든 것이 준비되지 못한 어설픈 공간으로 느껴지고 실제로 공연을 보면서도 술과 음식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만 바라보게 앉아야 하는 그 공간은 재미없는 개그에도 억지로 웃는 표정을 보여줘야할 것 같은 부담과 불편함을 낳았습니다. 적은 관객 수는 관객 한 명, 한 명에게 공연에 대한 집중력을 강제하며 옴짝달싹 못하는 그 시간을 굉장히 지루하고 답답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또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스탠드업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어쩌면 지하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공연장에서 음식물을 섭취하고 옆에 사람들과 잡담을 나누는 것이 공연자에 대한 실례라고 여기는 것이 아직까지는 한국 대중공연에서 보편적인 문화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이번에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기는 특유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도 실패한 것이죠. 물론 공연장 선택도, 공연장의 분위기도 코로나19로 인해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선택 속에서도 단점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공연의 형식이나 내용들을 변화시켰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적어도 처음 본 사람은 다시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보러가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또한, 스탠드업 코미디를 즐겼던 사람들도 적어도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는 시간 동안은 자신이 즐거워하던 분위기가 사라진 그 공연장은 방문하지 않을 것 같아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저는 교육부터 시작해서 수직적인 전달이 주가 되는 문화가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개그에 불편함을 느끼는데 근원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의 전달방식이 어떻게 변화했으면 좋겠는가를 생각해보는 계기였습니다. 방학에 이어지는 활동에서도 문화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얻기를 바랍니다." 

 

Q. 반면 스탠드업 코미디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신 분은 어떤 이유로 그렇게 생각하셨는지 설명부탁드려요. 


"1인 온라인 미디어가 성행하는 최근의 상황에서 그 가능성을 생각했습니다. 요즘, 여러 사람이 컨텐츠를 짜서 거대 방송사들이 운영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인기가 점점 없어질 것입니다. 이미 젊은 세대는 텔레비전을 잘 안 보는 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유튜브가 건재하는 이상, 이런 경향은 점점 더 심해질 것이고, 시청자가 없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없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요즘, 뭇 전 개그맨들이나 엔터테이너들도 전부 유튜브에 뛰어들고,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다들 알만한 김대희 같은 개그맨도 유튜브를 개설해 거기서 개그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던 캐릭터와 아이디어를 재구성해서 단기간에 30만명이란 구독자를 달성한 것을 보면, 원로 개그맨 조차 시장의 흐름을 파악할 정도로 1인 미디어가 대세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럼, 아직 유튜브를 하지 않는 개그맨들은 어떤 컨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 다양하게 있지만, 그 중에 하나가 스탠드업 코미디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혼자 대본을 쓰고 필요한건 마이크하나 그리고 카메라 하나, 최소한의 투자로 실행 될 수 있는 컨텐츠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우리나라에서 유튜브로 인하여 자유로워지는 검열 시스템과 개인의 아이디어가 모두 반영될 수 있는 플랫폼의 존재로 스탠드업 코미디의 시장은 넓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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